SOPT 34기 면접보고 나온 직후 떨어지겠군….생각하고 인스타 언팔한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9월이다. 곧 있으면 35기 신입 회원 합격자 발표날이던데 미루고미루다가 회고를 이제서야 작성해본다…
SOPT 자체의 회고는 아니고, SOPT에서 참여했던 프로젝트 회고이다. 여러모로 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 프로젝트였다.
팀빌딩
SOPT의 팀빌딩은 [기획 경선]을 통해 많은 투표수를 받은 일부 아이디어들이 선발된 후 이루어진다. 아이디어가 선발되면 그 아이디어의 기획자는 TL(Team Leader)가 된다.
아무튼 이렇게 선발된 아이디어에 기획, 개발, 디자인 파트가 지원하는 식이다. 기획경선 ~ 팀빌딩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 일주일동안 합류하고 싶은 아이디어의 TL에게 자신을 어필하면 된다.
나는 [한끼족보]라는 아이디어에 꼭 합류하고 싶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대학가의 8000원 이하 메뉴들을 가진 식당들을 제공하는 프로덕트이다.
SOPT 세미나 중간에 [합동세미나]라는 행사를 하는데, 이 때 전 파트의 동아리원들이 랜덤으로 팀을 이루어 미니 프로젝트를 한다. 기획경선 전, 합동세미나에서 같은 팀이었던 기획 파트 친구가 자신의 기획을 카톡으로 보내면서 개발 볼륨과 조언을 물어봤는데, 이게 한끼족보의 TL이었다.
합동세미나에서 개발자 입장에서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프로젝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물어본 것이 인상깊게 남은 친구였는데, 이렇게 자신의 기획을 위해 타 파트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는게 좋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기획 자체도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 학교 앞 밥 값이 다른 대학가에 비해 비싼 편인데다가, 방학이 끝날 때마다 가격을 찔끔찔끔 올리는 바람에 돈이 없어서 식사를 건너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나도 프로젝트 기획 의도와 같은 문제로 많이 고민해왔기에 [대학생들을 위한 착한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한끼족보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면 개발을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편이다. 지금까지 내가 정말 서비스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프로젝트에만 참여해왔다. 하지만 SOPT는 내가 참여하고 싶은 서비스에 무조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팀빌딩 전에 미리 포트폴리오를 보내서 TL 맘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기획자 입장에선 개발 실력보다는 서비스 자체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개발 포트폴리오 뿐만이 아니라 내가 이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지, 그동안의 합동 프로젝트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팀에 합류해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노션으로 정리해서 보냈다.
조금 무모했지만 한끼족보 외에는 포트폴리오를 보내지도 않았다… 무튼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한끼족보 Server 팀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합숙개발
SOPT의 프로젝트는 거의 3주 ~ 한달가량 진행된다. 놀라운 점은 디자인도 이 기간에 포함된다는 것…
가장 놀랐던 것은 프로젝트를 합숙으로 진행한다는 점(필수는 아니다).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빌리고 비용은 N빵한다. 엄마한테 방학 때 합숙하러 간다고 말하니 내가 사이비 종교에 가입한줄 아셨다.
사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는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정말 어렵다. 우리는 2주라는 짧은 기간동안 개발을 모두 끝내고 데모데이에 참여해야하는데, 합숙을 해서 그나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문제나 논의 사항이 생기면 디코로 말씀드리고 답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는데, 합숙을 하니 계단만 내려가서 말하면 되니까…
사실 소통 속도도 그렇고, 운 좋게도 팀원들을 잘 만난 덕분에 2주간 장기 MT 온 느낌으로 지내 즐거웠다. 다들 밤 새서 디자인하고, 기획하고, 개발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날 선 사람도 없고 서로 배려해줬다.
무엇보다 우린 기획자가 3명이었는데, TL이 계속 팀원들 상태를 체크해주고, 다른 기획 친구들도 팀원들을 복돋아 준 덕분에 팀 사기도 올라갔다.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3명 모두 최고였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저녁 밥 했는데 다들 정말 밥을 잘하더라… (특히 안드 아요 리드들..) 너무 맛있었고 가끔 그 때의 짜글이, 알리오올리오, 김치찜이 꿈에 나온다. 난 컴포즈 알바의 경험을 살려 와플 구워줬다.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
여러 번 시켜먹은 배달음식(빙달, 배떡) 등등… 지금 집에서 먹으면 그 때 그 맛이 안 나는 것 같다.. ㅋㅋㅋ
그리고 개발자로서, 협력자로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낀 2주였다.
개발자로서
세상은 넓고 개발 잘하는 사람은 많다.
우리 팀의 Server는 나를 포함해 총 3명이었는데, Server 리드를 맡은 오빠가 정말 코드리뷰를 꼼꼼히 해주었다. 코드 리뷰를 해본건 거의 처음이었는데, 나는 지금까지 정말 생각없이 개발을 해왔구나..를 2주 내내 느낌. 이건 왜 이렇게 한거야?를 계속 물어봤는데, 그 물음에 대답을 못할 때마다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코드 한줄한줄에 의미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다른 Server 팀원인 친구는 개발을 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합숙 전에 소셜로그인을 모두 끝내고 들어왔다…. 어캐했냐... 아무튼 우리 팀 Server 개발은 팀원 실력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깔끔한 깃 히스토리를 위해 pull 전략으로 rebase를 쓰자… 라고 정해서 합숙 전에 git, 그리고 앞으로 사용할 JPA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고 갔는데 합숙 개발 과정에서 정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사용하는 기술을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
협업자로서
이번에 처음으로 프론트가 2팀(iOS, Android )인 곳에서 협업해보았다.
다른 파트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프로젝트 끝날 때마다 좋은 협업자가 되기 위해 항상 회고하고 반성하는데 막상 새 프로젝트, 새 스프린트가 시작되면 삐끗하는 것 같다.
저번 프로젝트에서 변경사항에 대해 프론트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것을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바로 옆이었던 Android 친구들과만 소통하고, 상대적으로 멀리 있던 iOS 친구들에겐 소홀했던 것 같다. 프론트 2팀인 곳은 처음이라 좀 실수한 듯.. 이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많은 파트의 팀원들과 함께했는데, 합숙을 통해 좀 더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무래도 다들 고생하는 걸 실시간으로 눈으로 보게 되니... 난 자고 일어나면 한 오전 11시 정도 되었는데 1층으로 내려가면 아직까지 안 잔 팀원들이 거실 테이블에서 좀비처럼 작업하고 있었다...
특히 iOS 친구들은 침대가 없어서 2주내내 개발하다 소파에서 잤다.. 프론트 정말 갈렸는데 고생들 많았다.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굿즈 만들고 뷰 수정하고 기획들이랑 같이 인쇄소에 전화돌리느라 고생하고..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겨도 서로 더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 것 같다. 기획, 디자인, 개발... 모든 파트들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APP JAM (데모데이) 단독 대상
정말 기쁘게도 APP JAM(SOPT 데모데이)에서 단독 대상을 받았다..! 예상도 못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단독 대상은 몇 년만에 처음 나온 것이라고 한다.
다들 각자 과제를 정말 열심히 해주었고, 무엇보다 우리 팀 분위기도 좋았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팀을 만나는 것도 운인데, 난 이런 면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
막판에 다들 밤새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상으로 보상받아 정말 기뻤다. 데모데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같이 케이크를 먹으며 눈물의 회고와 칭찬타임을 나눴다.
그동안 더미 쌓고 과제하고 팀원들 챙기느라 고생 많았던 기획 친구들, 맨날 밤새면서 개발한 iOS, Android 친구들, 합숙 전부터 끝날 때까지 예쁜 디자인 뽑아주느라 고생한 디쟌 친구들, 함께 고생한 서버 팀원들 고마워요 2차 스프린트도 힘냅시다. Apple은 빨리 우리 심사 좀 통과시켜줘......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유연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을 더 기르고 싶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기술들을 더 깊게 파고 확장에 유연한 코드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가 "완성되지 않은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지금 딱 내 상황같다. 아직 접하지 못한 DDD, 헥사고날과 같은 클린 아키텍쳐 등에 대해 관심이 생겼지만 지금 사용하는 기술들을 더 확실하게 알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레이어드 아키텍쳐 내에서 Spring, DB 공부 그리고 CS지식 복습을 더 할 것 같다. 일단 알고있는 프레임워크부터 제대로 알고가자.
그리고 더 넓은 세상에서 개발을 해보고 싶다.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좌절하면서 개발하고 싶다…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래야 실력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에 자신은 가지되 겸손한 태도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슬슬 취준을 해야할 때인데....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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